한국 디지털 인문학의 선두주자 한국학중앙연구원 김현 교수님은 현재 인터넷으로 서비스가 되고 있는 "조선왕조실록"을 만든 이후 "조선왕조실록"을 소개하며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사용한 "코끼리"예시가 있다.

태종 11년(1411년) 일본 국왕으로 부터 진상되어 조선에 최초로 들어온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에 1411년부터 1421년까지 6편의 단편적인 이야기만을 전하고 있다. 어떤 조선시대 전문가도 우선 코끼리의 존재에 대한 기록들이 나온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어렵고, 설령 코끼리의 존재에 대한 기록들을 알더라도 방대한 조선왕조실록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이상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여야 코끼리의 조선 생활을 추적할 수 있다.


디지털 인문학은 기존의 인문학자들에게 방대한 자료에 대한 검색능력은 분명히 인정받고 있다. 인문학 연구를 진행해본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이해하겠지만, 필요한 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하는 시간보다, 필요한 자료를 찾으러 노력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는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인문학의 성과는 자료를 찾는 시간낭비[각주:1]를 대폭적으로 감소해주었다.



그러나 디지털 인문학의 강점과 능력이 검색능력일 뿐일까?


디지털 인문학의 진정한 강점은 디지털화를 통해서 인간은 흉내내지 못하는 컴퓨터의 빠른 연산 속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검색능력은 컴퓨터의 빠른 연산 속도의 단편에 불과하다. 컴퓨터의 놀라운 연산 능력과 인간의 직관적인 분석능력이 협력을 하면 그 동안 감히 시도해볼 생각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가능하다.


우리는 컴퓨터와 인간의 협력모델을 현재 기업영역에서 사용되는 고객 관계 관리 체계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고객 관계 관리 체계(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는 소비자들을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고 이를 장기간 유지하기 위한 경영방식이다. 그리고 현재 CRM에서 가장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동안의 고객자료을 대상으로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로 "빅데이터"와 "데이터 마이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인문학은 이미 수 천년간 쌓여온 "빅데이터"와 그 동안 발전시킨 "데이터 마이닝"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다. 사실 데이터 마이닝의 본질은 기존의 인문학 연구방법과 다르지 않다. 다만 그 동안 한명의 개인으로서는 평생에 걸쳐서 해야될 작업을 컴퓨터가 1분도 안되는 시간에 완성을 해준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인문학이 배워야할 것은 컴퓨터와 협력하여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컴퓨터와 협력하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냐고?


"인물관계망"이라는 것을 들어보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혈연, 지연, 학연 및 온갖 방식의 인맥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여러 인물들간의 관계에 대해서 조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인문학 연구자들이 더욱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와의 협력은 한국 역사에서 출현하는 모든 인물들의 상호관계에 대해서 분석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인문학 연구자들도 정사와 족보 및 서찰의 왕래등의 온갖 정보를 취합하여 1~2명을 중심으로 하는 "인물관계망"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일까? 컴퓨터는 10초미만의 시간으로 여러분들에게 1~2명이 아닌 모든 인물에 대한 인물관계망을 제시해줄 수 있다.


심지어 인문학 연구자들도 시간과 재력의 한계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조사범위까지 무한정 확장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는 같은 관청의 같은 부서에서 일한 사람들은 최소한 서로가 서로를 안다고 추론적으로 가정할 수 있다. 서로간의 관계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이런 관계까지 조사하는 것은 모든 임명장을 비롯한 "잡다한 자료"을 모두 모아서 분석해야된다는 의미이기에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그런데 컴퓨터는 여유롭게 이런 것들을 처리할 수 있다.



컴퓨터는 절대적이 아니야!


맞다. 컴퓨터는 절대적이지 않다. 컴퓨터는 인간의 분석능력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인간은 컴퓨터의 계산능력을 따라갈 수 없다. 석사까지 역사학을 연구했던 본인도 모아놓은 자료들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논리의 끈으로서 이들을 묶어나가며 희열에 가득차고는 했다.


자료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논리로 연결하는 행위는 컴퓨터는 손대지 못할 영역이다. 그러나 자료를 찾고, 자료를 처리하는 작업은 인문학 연구의 본질도 아닌 "지식 노가다"행위에 가깝다. 왜 굳이 쓸모 없는 시간 낭비를 하려고 하는가? 우리의 사랑스런 컴퓨터에게 짐을 넘겨주도록 하자. 그리고 우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일에만 집중을 하자.




  1. 사실 단순한 시간낭비만은 아니다. 특히 처음 연구방법에 대해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자료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되며,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문제는 몇 십년간 연구한 학자들도 열심히 자료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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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IT의 융합을 추구하는 디지털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취미생활을 통하여 박학을 추구하는 잡학입니다. 개인적인 문의는 제 메일(ddokbaro@g메일.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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