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문학이 문학, 사학, 철학 등 전통적인 인문학의 영역에서 탐구되어야 할 과제인지, 아니면 인문지식의 문화콘텐츠적 응용을 추구하는 인문콘텐츠학의 과제인지를 묻는다면, 이에 대한 나의 일차적인 답변은 인문학의 과제라는 것이다. 디지털 인문학은 모든 인문학이 새롭게 갈아입어야 할 옷과 같은 것이다. 디지털이라고 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인문학은 더 이상 현대의 학문이라고 할 수 없다. 적어도 우리의 다음 세대의 인문학자들은 모두 디지털 인문학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문콘텐츠학이 디지털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그것을 외면하면, ‘인문지식의 문화콘텐츠적 응용또한 전통적인 인문학의 몫으로 돌아가고 우리에게는 남는 것이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0, 당시의 교육과학기술부와 이 부처의 산하 기관으로서 학술연구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연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우리나라 인문사회 분야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이에 따른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인문사회 학술진흥 장기 비전 수립 추진위원회를 운영하고, 여기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2030 인문사회 학술진흥 장기비전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 인문사회 분야 학술진흥 사업의 마스터 플랜 및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기획안이 제시한 6대 과제의 하나가 디지털 연구 기반 구축을 위한 디지털 휴머니티즈이다[각주:1].


이 계획서에서는 디지털 휴머니티즈 사업의 제안 배경에 대해, “문화콘텐츠산업은 인문사회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축적된 지식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디지털화를 통해 인문사회분야 학술연구성과를 교육문화산업에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적, 경제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가 문화콘텐츠산업에의 기여라고 한다면, 같은 목표를 가진 인문콘텐츠학이 이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영역에서 인문콘텐츠학이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순수 인문학 분야의 연구자들을 도와 보다 응용 가치가 높은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일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응용 가치는 물론 문화산업적인 활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산업계의 동향과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역할은 인문콘텐츠 연구자들의 몫이다. 고전문헌 속의 데이터와 씨름해야 하는 인문학 연구자들이 문화산업계의 세세한 동향까지 살피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인문콘텐츠 연구자들이 문화산업계의 지식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디지털 인문학 연구에 반영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들도 그 연구 개발 활동에 직접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인문학 연구자와 인문콘텐츠학 연구자들의 공동 프로젝트 수행에서 후자가 담당해야 할 또 하나의 역할은 인문학의 원천지식을 디지털 콘텐츠로 재조직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그에 필요한 기술을 운용하는 일이다.


디지털 인문학은 디지털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는 학술 활동에 목적에 적합한 도구를 찾아내고 적정한 방법으로 그것을 운용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사실상 인문학이 디지털 인문학으로 옮겨 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이 도구 운용 능력이 있고 없음에 좌우된다고도 할 수 있다. 도구는 상업적인 소프트웨어 패키지일 수도 있고, 개방적인 API[각주:2]나 공개된 프로그램 소스를 활용하여 만든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도구 자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만, 그것의 실제적인 운영 능력은 운용자가 연구의 목적과 데이터의 성격을 얼마만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바꿔 말해, 정보 기술을 이해할 뿐 아니라, 그 기술을 적용할 인문 지식에 대해 잘 알거나, 적어도 그 분야의 전문가인 순수 인문학자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인문콘텐츠학의 발전적인 커리큘럼 속에는 이와 같은 학제적인 연구개발 인력을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본 내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김현 교수의 "디지털 인문학: 인문학과 문화콘텐츠의 상생 구도에 관한 구상"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바로 : 논문 자체가 인문콘텐츠 학회쪽으로 낼 것이라서 인문콘텐츠적인 면으로 접근하였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인문정보학은 인문학의 측면에서는 지금도 인문학의 기본 방법론인 "문헌"을 대체할 수단으로서 자리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 인문학"은 기존 인문학의 전통적인 "문헌학" 혹은 "서지학"과 대비되는 차세대 인문학 방법론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1. 이 사업 계획은 ‘디지털 휴머니티즈’라는 이름의 중점 과제 밑에 ① 디지털 인문학 연구 기반 구축, ② 디지털 가상 라이브러리 사업, ③ 디지털 아카데미 구축 사업 등 3 개의 세부 과제를 두고, 디지털 인문학 진흥을 위한 연구 지원,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등의 사업을 향후 5년간, 연간 예산 600억 원 규모로 수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인문사회 학술진흥 장기 비전 추진위원회, 『2030 인문사회 학술진흥 장기 비전』, 2010. 12. pp. 217-249) [본문으로]
  2.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이용자가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루틴을 제공하면서 그것을 호출하고 조합하는 방법을 정한 규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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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IT의 융합을 추구하는 디지털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취미생활을 통하여 박학을 추구하는 잡학입니다. 개인적인 문의는 제 메일(ddokbaro@g메일.com)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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